고3... 바빠서 자기성찰 없는 생활 반복, 이렇게 살아도 되나?
이외수
언중유쾌
2009-06-26
고3... 바빠서 자기성찰 없는 생활 반복, 이렇게 살아도 되나?
오늘은 학생 청취자분의 사연입니다. 저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17살 학생입니다. 일명 야자라고도 하는 야간자율학습을 학교에서 매일 하는데요, 처음에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한달만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 하셨지만 한달,두달, 벌써 석달째인데도 저에게는 학교 생활이 벅찹니다. 학교 생활을 정말 견디기 힘든 이유는 제게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게 없는데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막막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교실에 갖혀 공부를 하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정확한 꿈은 아니지만 하고싶은게 있긴 있습니다. 영화를 만든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 그런 일이요. 학교에서 하는 수학, 영어 공부가 아니라 밖에서 친구들과 이런 것들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갑갑하고 막막한 채로 산다는 것이 너무 힙듭니다.
네, 여자 때문이 아니라 야자 때문에 힘들다는 고충, 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이른바 전혀 자유적이지 않은 야간자율학습, 문제가 많죠? 학생입장에서 매일매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고단한다는 것은 백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중 하나가 나에게 꿈이 없기때문인것 같다는 진단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꿈이 없다, 꿈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누차 말씀 드린 바 있죠? 10대의 나이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지금 같은 반에서 야자를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한번 물어 보십시오. 너는 미래의 꿈을 확실히 알고 있느냐? 그래서 그 덕분에 야자를 힘들지 않게 해내고 있느냐? 그렇다고 하는 친구들 많지 않을겁니다. 지금 전국에 있는 상당수 고등학생들은 아직 자신의 꿈이 뭔지 모르는체 매일매일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아무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야자를 하고 있는 그 학생들은 모두 바보같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아직 꿈이 확실치 않은데도 학교공부 국영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지금 이시간이 꿈을 알아가는 시간이고 꿈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무릎팍 도사라는 TV 프로그램에 안철수씨가 출연했었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개발의 선구자인 안철수씨, 안철수씨는 원래 의사였습니다. 의대공부와 인턴, 레지던트를 걸쳐서 무려 14년 동안 해온 의사생활을 그만두고 컴퓨터 백신 개발로 인생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왜냐? 그것이 의사보다 자신에게 더 맞고 그것이 진짜 꿈이란 것을 그때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씨가 방송에서 젊은이들에게 말했죠. 자기에게 정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값진 시간이다. 그 시간을 아까워 하지 말라. 나는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고 다른 일을 하게 되었으니 효율성 면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국영수 공부를 하며 야간자율학습으로 시간을 다 보내는 학교생활이 답답하죠?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사진이나 영화를 찍으면 그게 더 효율적일 것 같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국영수를 비롯해서 고등하교까지 배우는 학문은 그야말로 기본 교양입니다. 영화감독이 되든 사진작가가 되든 기본교양을 갖추고 있어야 나중에 자신의 분야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어디서 어떻게 얻어내야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둘째, 나중에 그 무엇을 하든 지금 학교에서 하는 야간자율학습보다 더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기 바련입니다. 사진작가, 영화감독, 그것이 야자보다 쉬울까요? 놀이 삼아 한다면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갑갑하고 미칠것 같은 순간이 매번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야간 자율학습보다 그야말로 백배 천배 더 고통스러울수도 있다는 애기입니다. 야간자율학습이 너무 힘들고 갑갑해서 견디지 못하는 정도의 인내력이라면 나중에 그 어떤 것도 성취해 내기 힘듭니다. 자, 정리해볼까요? 야자, 분명히 힘듭니다. 하지만 내 꿈을 알아내거나 실현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십시오. 아무리 하늘을 높이 날 수 있는 종달새라 할라도 어려서부터 하늘을 훨훨 날지는 못합니다. 일단 날개부터 자라야 하늘을 날 수가 있지 않겠습니다. 학창시절에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날개를 얻기 위한 과정입니다. 전국의 고등학생 여러분, 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빠샤! 빠샤! 빠샤빠샤! 힘을 내십시오!